알퐁스 도데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 밝혀진 순간 인간본성의 아름다움을 보다

나는 저자 알퐁스 도데의 조언대로 향기로운 포도주 단지를 알에두고 피리쟁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상상하며 이 단편을 읽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풍차 방앗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빠르게 변하는 시대속에 자신의 자존심이자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풍차를 지키려고 처절하게 몸부림 쳤던 풍차(코르니유)영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추억에 잠긴다.

 

이쪽저쪽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솔밭 위로 미스트랄 바람에 빙빙 돌아가는 풍차 날개, 밀 포대를 잔뜩 짊어지고 길 따라 줄지어 오르내리는 작은 당나귀들뿐이었고, 한 주 내내 언덕 위에선 방앗간 일을 돕는 조수들의 채찍 소리, 밀가루 포대가 뽀시락대는 소리, 삐걱삐걱 풍차 돌아가는 소리, ‘이랴!’ 당나귀 모는 소리……
- <알퐁스 도데>, 알퐁스 도데 지음 / 임희근 옮김 - 밀리의 서재 

 

프랑스의 사람들이 솔밭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수확한 밀을 빻기위해 당나귀에 싣고 풍차 방앗간이 있는 언덕을 오르는 서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니 어린시절 남동생과 함께 겨울 내 쓸 연탄을 들고 높고 구불구불한 달동네 골목을 오르던 모습이 겹쳐진다. 내 어린시절은 피리할아버지의 이야기 만큼 평화로운 풍경은 아니었어도 잊혀지지 않는 유년시절의 추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언제 꺼질 지 모르는 연탄구멍을 연신 살피고 불이 꺼지지 않게 시간맞춰 연탄을 갈며 산다는 것은 너무나 불편하고 어떻게 그렇게 살까 싶지만 엄마가 넉넉히 산 연탄 수십장을 모두 나르려면 나와 동생은 작은 몸집으로 연탄 4장이 들어가는 양철통을 양손에 들고 하루종일 언덕을 오르내려야 했다. 그땐그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하지만 삶의 방식은 변하고 증기 제분소가 생기자 사람들은 모두 증기 제분소에 밀을 맡긴다. 평화로운 풍차 방앗간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코르니유 영감은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아 손녀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도 홀로남은 영감의 풍차는 계속 돌고 밀가루 포대를 짊어지고 가는 코르니유를 목격한 사람들은 의아해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피리할아버지의 아들과 사귀게 된 손녀가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으러 찾아간 풍차는 빻아야할 밀이아닌 석회가루를 품고 날개만 헛돌고 있을 뿐이었음을 알게된다. 이에 코르니유 영감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지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증기 제분소 대신 혼자남은 영감의 풍자 방앗간에 모든 밀을 맡기기로 한다. 그렇게 다시 들어온 일거리에 신난 영감은 열심히 풍차를 돌리며 밀을 빻다가 어느날 세상을 떠나고 그렇게 마지막 풍차는 홀로 남겨져 작가의 작업실이 된다.

 

어쩌겠어요! ……세상만사 끝이 있는 법, 론강의 거룻배나, 옛날식 지방 의회나, 큼지막이 꽃을 수놓은 전통식 윗도리, 이런 것들이 다 없어졌듯이 풍차 방앗간의 시대도 이제 가 버린 것을.
- <알퐁스 도데>, 알퐁스 도데 지음 / 임희근 옮김 - 밀리의 서재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기술은 발전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은 옛것이 되어 사라진다. 남겨진 풍차처럼 연탄을 사용하는 집들이 아직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엔 대부분 가스난방을 하니 거의 사라진 듯 하다.

더 나은 방식의 증기제분소 대신 코르니유 영감의 말로에 연민을 느끼고 풍차 방앗간에 밀을 맡기던 마을사람들의 마음처럼 아마 연탄떼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연탄구이 음식점을 운영하며 그시절 그 맛을 즐기는 것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과 연민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전에 읽었던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에서 말한 인간 관계에서의 협력과 공감이 어떻게 개인의 행복과 직결되는지에 대한 예를 알퐁스 도데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글을통해 본 것 같다.

 

서른이 넘어 접해본 세계문학 알퐁스 도데의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은 나의 오랜 추억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