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고전문학 찍먹 해본 보라도리의 독후감

우울한 보라돌이가 고등학교 이후로 독서를 다시 시작한 것은 우울증을 진단받고 2년간을 삶의 의미를 찾아 헤메일 때 부터였다. 온갖 심리학, 자기계발 서적을보며 많이 성장하고 시야도 넓어진 듯 했지만  항상 어딘가 모자란 것 같고 뭔지모를 것이 부족한듯한 결핍에 시달리면서 더더욱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던 나는 고전문학이라는 내 삶에 없던 장르를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의 문을 열게 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평화등과같은 장편은 아직 못읽어본 상태이지만 그의 인생 후반기에 기독교 사상을 담아 쓴 단편들 중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제목이 내가 지난 몇 년간 수도없이 고뇌하고 답을 찾고자 했던 바로 그 질문이었기에 읽어볼수밖엔 없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리고 신을 믿지도 않는다 하지만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남긴 말이나 그들의 사상은 공감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톨스토이가 성경을 그대로 읊으며 믿음을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닌 탈무드 이야기처럼 글을 쓸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사람들의 사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 그 진리를 담아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줄거리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명을 따르지 않고 죽어가던 두 아기의 어머니였던 여성의 영혼을 가엽게 여겨 그냥 돌아온 천사(미하일)를 인간으로 만들어 인간의 삶을 살아보게 함으로써 인간의 감정과 고통을 모르는 무지한 존재가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던 셰몬과 그의 아내인 마트료나를 만나 도움을 받고 함께 생활하면서 하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서의 화두는 3가지였는데

 - 인간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 긍휼, 동정심, 공감하는 마음
// 본인들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아무도 그들을 돕지 않았지만 춥고 배고픔에 떨고있던 미하일에게 자비를 배푼 마트료나

-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는것은 무엇인가?
= 인간은 내일의 운명과 닥쳐올 죽음을 알지 못한다
// 자신이 오늘 죽는지도 모르고 가난한 구두장이들을 협박하고 거만하게 굴던 부잣집 남자의 이야기

-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간다
// 처음 영혼을 거두러 간 여인이 걱정하던 두 아이가 부모가 없어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이웃이 두 아이를 거두어 키워주어서 잘 자라고 있었던 부분

 

이 단편을 끝까지 읽고, 나는 잠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어린시절 강제로 참여했던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의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때 처럼 불편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이웃들의 배려와 친절, 나눔, 사랑을 나누어 받았었는지 문득 깨닫게 되면서 내 삶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감정의 일렁임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마치 갑자기 사람이 되었던 미하일처럼 무지했고 감사함도 모르고 건방지게 살아왔다는 생각에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들었다.

 

이 내용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서 느꼈던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 인간의 삶에대한 의미를 찾는가에 대한 내용과 연결이 되었다.

퍼플러의 [아들러 개인 심리학 입문]독후감_인간의 본성과 행복을 추구하는 기준은 도대체 뭘까?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 톨스토이

 

내가 이 문장에 공감했던 것은 내가 우울증으로 삶을 놓아버리려고 했을 때 느꼈던 무지에서 오는 공포와 삶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내일, 혹은 오늘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지한 사람들은 그저 두렵겠지만, 죽음이 있기에 오늘 내가 살아있음이 의미가 있게되고, 오늘 하루를 이웃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가득 채우고, 죄를지어 불편한 마음이 없이 살았다면 당장 죽음이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후회없이, 모자람 없이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죽음을 준비하고 오늘 내가 살고있음을 정확하게 아는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