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NANA>애니 리뷰_감정이 메말라버린 어른이를 위한 청춘 드라마

얼마전 홍대에 놀러갔다가 상당히 펑키한 스타일의 옷가게에 이끌려 구경하다가 커다란 검정색 티셔츠에 나나들의 얼굴과 영어스펠링이 써있는 걸 봤다. 무슨 애니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덕질중인 애니들이 있어서 잊고 있었는데..

 귀멸의칼날 4기도 연재가 끝나고 진격의 거인도 정주행하고 주술회전도 소식이 없고.. 중국 애니메이션 마도조사까지 다 보고나니 덕질할 곳을 잃었다가 문득 라프텔에 나나가 떠있는 걸 보고 아무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항상 어두운 분위기에 싸움, 전투, 영웅물, 성장물, 다크 코메디 장르만 골라보는 감정이 메말라 버린 30대 덕후에게 철없던 20대를 다시 떠올리게 하며 나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게 해준 뜻밖의 애니였다..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준 홍대의 펑크록 의류점 사장님께 감사할 지경이다, 나나를 추천해 준 라프텔 알고리즘에게도 감사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나나가 닮은듯 다른 각자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하는 기차에서 만나고 같은 집을 구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스토리이다.

엄마의 잔소리와 장녀로서의 부담이 죽도록 싫어서 스무살이 되자마자 고등학교 단짝친구와 작은 단칸방을 얻어 독립했던 나의 20살 시절이 떠올라서 빨리 다음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받지 않으면 곧 죽어버릴 것 같이 귀여운 얼굴로 울어제끼며 운명같은 사랑을 찾아 행복한 신부가 되고싶은 절대 의존형 고마츠 나나(하치)

 

부모에게 버림받고 렌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일까? 렌에게 빠져들고 싶지 않아 처절하게 마음을 부정하고 연인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카리스마를 남발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린 방어기제로 똘똘뭉친 오사키나나

이 두사람의 드라마는 애니메이션 단 한 기수 47화에 걸쳐 펼쳐지는데 2000년대 만화라서 그림체가 엄청나게 길쭉길쭉하고 체형도 비정상적으로 말랐지만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매력있지만, 역시나 가장 멋진건 최약체인 주제에 제일 기존쎄 언니같은 오사키 나나는 걸크러쉬 그잡채!

 

나는 원래 드라마를 싫어한다 그래서 집에 TV도 없다, 유행하는 드라마 이런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20대의 나는 너무나도 나나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더이상의 드라마를 봤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런듯 하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혼자있는것이 편하고 익숙해지고 뭔가.. 좀더 어른이 된 것 같은 지금의 나는 두 나나의 미치도록 어지러운 사랑과 꿈을 이루기 위해 뿜어내는 사랑과 배신, 질투, 우정, 신뢰, 배려 그 안에서 넘처나는 눈물과 웃음의 드라마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ㅎㅎ

물론 나나의 결말이 해피해피 러브러브 엔딩은 아니지만(만화버전에서 렌이 죽음), 어릴때만 낼 수 있는 치기와 용기가 넘쳐나는 애니를 보고 있자니 문득 지난날의 내가 떠올라서 마음 한켠이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훈훈해졌다.

 

애니메이션 NANA, 내 인생의 역작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도 삶의 의미도 색이 바래고 용기와 에너지도 바닥나 버렸을 때 꼭 다시 꺼내볼 것 같다!!

 

 

 

보라더쿠's 오사키 나나 현실 펑크룩 스타일 홍대 옷가게 추천> _<// Feat.나나 애니 덕후 사장님